한은과 금감원 등 금융공공기관들은 필기시험을 같은 날에 보는 경우가 많다. 중복합격에 따른 다른 응시자의 채용 기회 축소를 막고, 과도한 경쟁에 의한 사회적 비용을 완화하자는 취지다. 같은 날에 펼쳐지기 때문에 수험생들 사이에선 'A매치 데이'로도 불린다. 중복으로 서류를 통과한 수험생이 어느 필기시험장으로 향하느냐를 두고 해당 기관의 위상을 파악하기도 한다.
작년 하반기 채용에서 한은과 금감원은 9월24일 한국수출입은행, 한국거래소, 기술보증기금 등과 같은 날 필기시험을 치렀다.
한은에 따르면 해당 직원은 모든 한은 채용 절차는 본인이 치렀다. 필기시험, 1차 실무면접(집단 토론, 심층면접), 2차 면접 등이다. 한은은 보도자료를 통해 "한은은 매 전형 단계마다 신분증을 통한 신원확인은 물론 필적 확인지를 제출받아 동일인 응시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며 "필적 확인지와 입행시 작성한 고용계약서를 대조한 결과 동일인임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금감원 시험에는 날짜가 겹친 1차 필기 시험 때 쌍둥이 형을 보냈다. 날짜가 다른 2차 필기시험은 본인이 직접 응시했고, 1차 면접 전형까지 본인이 응시해 합격했고, 금감원 2차 면접은 한은 입행이 확정돼 응시하지 않았다는 것이 해당 직원의 진술이다.
한은은 또 자체 조사 결과와 수사 기관의 수사 결과를 종합해 엄중한 징계조치를 취하겠다고도 했다. 결과에 따라 최대 면직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같은 날 필기시험을 치르는 유관기관과의 협조를 강화키로 했다.
한은 내부에선 이같은 사태가 발생에 뒤숭숭한 모습이다. 면접 전형 등 채용 절차를 다시 점검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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